건축한계선
<바람의 도시> - 스케일

건축한계선

<바람의 도시> - 스케일

DATE 2012-04-02

전시작품 : 바람의 도시 기간 : 12.04.02 ~ 12.06.15 장소 : 문화역서울284

도시는 하나의 선을 바닥에 긋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구분된 두 영역에 사람들은 각각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벽을 세우고 단을 쌓으면서 사람들은 차츰 선을 더 긋게 되었다. 점차 도시는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선들로 가득 채워져 갔다. 거미줄 같은 선들은 장소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심지어 사람들의 몸과 머리 속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생각도 감각도 둔감하게 되었다. 합법적인 소유와 합리적인 기능이라는 명분으로 선은 더욱더 정교해졌다. 눈에 띄기 위해 더욱 크고 보다 기발한 건물들이 세워졌지만, 잠시의 자극이 지나가면 곧 식상해지게 되었다. 기억의 장소들이 사라져갔고, 심지어 한 세대보다 단명하는 건물과 단지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도시는 어딜 가도 거기 같은 중성적인 장소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시간과 체취가 묻어있는 장소들이 도시의 한 켜 뒤에 남겨져 있지만, 그 운명은 예측하기 힘들다.

‘건축한계선’은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친숙한 용어이다. 실제로 도시는 일조와 경관 그리고 소음 등등과 관련된 수 많은 경계와 한계를 규정하고 있고, 건축의 많은 부분이 이 보이지 않는 선들에 의해 규정된다. 분명 한계선은 공익과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외의 가치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렇게 한계선은 비어진 땅에도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고, 보이는 건물들도 결정짓는다. 이 한계들은 그 안에서 후퇴하게 만들고 안위하게 만든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규정한다고 말한다. 나아가서 도시는 사는 사람들의 분신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14명의 건축가와 3명의 작가가 동시대에 있다는 우연으로 함께 전시를 하게 되었다. 전시회의 이름은 ‘건축한계선’이다. 이렇게 만나기 이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각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에 가려진 의미를 발굴하고 기록해왔다. 약속이나 한 듯이 도시를 자신만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고 있었고, 운명처럼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공간이 사람에 의해 완성되듯이, 17개의 시선과 작업은 현재의 일상 그리고 흔적을 다양한 방식으로 한계를 넘어서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항상 존재했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던 우리도시의 현실 그리고 존재하면서도 침묵해야 했던 현상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계 속에 편히 갇혀 있기 보다는 이를 극한으로 팽창시키고, 나아가서 선 위를 넘나드는 곡예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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