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아이디어 공유해요 '페차쿠차
하태석 건축가 기획

'예술가들 아이디어 공유해요 '페차쿠차

하태석 건축가 기획

DATE 2007-06-27

일본어로 ‘재잘재잘’

예술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의 눈은 반짝였다. 700명이 넘는 관객들은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도와 무대의 일부마저 ‘점거’했다. 무릎 앞까지 다가와 앉은 관객들과 마주한 사진작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예술인 12명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풀어냈다. 여름밤의 더위에 관객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에어컨은 기진맥진했고, 작가들과 관객의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장르를 뛰어넘는 예술인들과 일반인의 공개 만남인 ‘페차쿠차’가 26일 저녁 8시20분 서울 대학로 ‘정미소’ 소극장에서 열렸다. 아직 낯선 이름인 페차쿠차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한 사람당 6분 가량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행사. 한 사람이 20개씩 이미지를 선보이면서 한 이미지에 20초씩 설명해야 한다. 예술의 작은 뷔페상이 차려진 셈이다.

첫번째 무대에서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씨는 돗자리의 기능을 차용해, 말아올릴 수 있는 의자와 인조 잔디를 사용한 시디보관함 등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디자인이 스크린에 뜰 때면 관객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선보인 연인 작가 ‘두식앤띨띨’은 섬세한 스타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 가운데 남성인 ‘띨띨’은 자신의 연인인 ‘두식’을 찍은 사진을 소개하며 “제가 잘 모르는 것을 찍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못 찍고, 내가 사랑하는 두식이만 찍습니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국 출신 작가 패트릭 미거는 인터넷상에서 ‘더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아이콘 파일 수백개를 모은 작품 <바이 모어>를 선보였다. 화가 황은정은 <귀신 놀이를 하면 귀신이 된다> 등 재기발랄한 캐리커처 작품들을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일·영 문화모임 행사 국내 상륙 여러 분야 예술가 모여 작품세계 설명 “벽 허물고 서로 창의적 영감 주고받는 기회”

현장을 찾은 최원아(19)씨는 “평상시에 보기 힘든 사람들과 이미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라서 참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마련한 건축가 하태석씨는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재잘재잘’이라는 뜻을 가진 페차쿠차는 2003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건축가 마크 다이탐과 아스트리드 클라인이 시작했다. 이제는 런던, 뉴욕, 상하이 등 세계 50개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두번째 행사다. 첫번째는 지난 4월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 열렸으며, 세번째는 오는 9월에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누리집(www.pechakucha.or.kr)에서 볼 수 있다.

김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