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버스만 기다리는 정류장은 가라
<버스쉘터 흐름> - 하태석

[한겨레] 버스만 기다리는 정류장은 가라

<버스쉘터 흐름> - 하태석

DATE 2008-10-31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는 희한한 정류장 두 곳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앞 ‘아트셸터’와 흥국생명 빌딩 앞 ‘더 플로’는 틀에 박힌 정류장 모양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가로등, 벤치 등 도시 속 ‘거리가구’를 생활과 어우러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개성을 입히는 서울시의 실험이다. 박삼철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단장은 “이제까지 개인이 즐기는 것은 공들여 만들면서도 더불어 쓰는 것은 값싸게 만드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며 “거리 가구는 작품으로도 즐기고 생활에도 쓸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빌딩 앞 버스 정류장은 은빛 띠 10개가 돌돌 말린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밤에는 띠에서 푸른 빛이 나온다. 정류장은 차와 함께 사람이 흐르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흐르는 여울목이니, 이름도 ‘더 플로’(흐름)라고 지었다.

지난 8월에 설치한 이 정류장은 10월31일부터 ‘거리생물’로 바뀐다. 이곳을 디자인한 하태석 건축가는 “정류장이 기능만 따지고 정서는 배제해 버스 기다리기가 더 지루했던 것 같다”며 “시민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 앞 ‘아트셸터’는 검은색 기둥을 나열해 한복 저고리나 한옥 처마 같은 모양을 구성했다. 기둥 사이로 역사박물관이 보이도록 만들어 경계를 지으면서도 시선을 완전히 막지 않도록 했다. 이를 디자인한 최욱 건축가는 디자인 제안서에서 “정류장 자리는 옛 경희궁의 담이 있던 곳으로 이미 없어져 버린 옛 장소의 느낌을 복원하려 했다”며 “주변과 경계를 이루면서도 어울리는 한옥의 방식을 따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권문성 성균관대 교수(건축학)는 “정거장에 ‘역사박물관 앞’이라고 쓰지 않아도 디자인이 장소의 개성을 만들고 호기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도시 안 정류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이 필요한데 한두 개만 튀는 느낌”이라며 “서울은 공공미술을 받아들일 만한 공간적인 여유가 없는 도시여서 새로 무엇을 만들기보다 ‘비우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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