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건축 디자인만 바꿔도 지구가 웃는다
‘자연과의 협업’ 전시회 전시큐레이터를 맡은 하태석 건축가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건축 디자인만 바꿔도 지구가 웃는다

‘자연과의 협업’ 전시회 전시큐레이터를 맡은 하태석 건축가

DATE 2009-09-04

“건축을 환경파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다 비환경적이므로 환경파괴의 주범인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집니다. 모순에 빠지기보다 현재 우리가 사는 환경을 최대한 지키고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건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자연과의 협업’ 전시회 전시큐레이터를 맡은 건축가 하태석씨(성균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는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환경파괴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 ‘자연과의 협업’ 전시회에선 건축과 친환경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서울건축인회의가 주최하고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서울특별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등이 후원한다.

에너지 소비 줄이는 환경 건축디자인 건축은 지구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건축은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보면 건축을 통해 충분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 같은 발상에서 시작했다. 서울건축인회의의 올해 건축디자인 워크숍에서 가장 큰 이슈는 친환경 건축디자인이었다고 한다. 건물을 지을 때도 건물을 사용할 때도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씨를 비롯한 7개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한 학기 동안 공동디자인을 진행했고, 국제공모전에서 차세기 친환경 디자인 선두주자들을 발굴해 냈다.

그래서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국제공모작, 국제여름워크숍부문작, 대학 공동디자인스튜디어부문작 등 50여개의 작품은 모두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도움을 주는 ‘친환경 건축물 디자인’이다.

자연의 원리를 적극 활용한 디자인 물론 우리의 주변에 친환경 건물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면을 부각한 일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창문이나 지붕에 태양전지 하나 크게 붙이고선 냉방, 난방 실컷 틀어댑니다. 일반 건물에 친환경 제품을 단순히 첨가한다고 친환경 건물이 되는 게 아닙니다. 지극히 일부분만 친환경인 것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친환경이어야 합니다. 그걸 ‘디자인’으로 해결했습니다.”

2008 녹색시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친환경 건물이 가능한지, 무슨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기후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 것일까. 하씨는 “자연의 원리를 적극 이용하면 가능하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하씨는 햇빛과 바람을 적절히 이용해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건축 디자인을 선보였다. 건물 옥상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자연 환기가 되도록 했고, 냉방이 필요 없도록 했다. 건물 옆면을 기울여 여름에는 햇빛이 덜 들어오고 겨울에는 햇빛을 잘 받아 난방도 필요 없게 만들었다.

소비만 하는 건물에서 생산까지 하는 건물로 친환경 디자인 국제 공모전에 대상을 받은 남정민씨의 ‘도시의 농장’은 꽈배기처럼 꼬인 건축물이 특징이다. 하단부에는 농장, 상부에는 집과 사무실, 광장과 공원을 동시에 둔 복합 건물이다.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여러 건축물과는 달리 물과 음식물까지 환경친화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밑에서 경고 위에서 먹을 수 있고. 다시 말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자급자족형 형태 건물이죠. 시장도 열 수 있어 운송비용도 절약하는 이점도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가 정수기능을 가지고 있어 비가 내리면 빗물을 받아 생활수, 농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싱가폴 대학생의 ‘Healing strip’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건축물 표면의 이끼들이 만드는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끼 덕택에 건물은 숲의 일부분이 된다. 황량한 불모지에 나무를 심어 치유해 나가듯, 삭막한 대지를 치유한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이밖에도 물 위에 떠서 사는 집과 수상공원, 전통 한옥의 원리를 분석해 적용한 아파트와 발코니, 태양열을 적극 이용하는 그린하우스 등 공상과학만화에서 나올 법한 다양한 건축물이 가득했다.

“건축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운 환경 가능” 단체로 전시회 관람을 왔다는 이강국씨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디자인들이 많았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가들의 고민이 절로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씨는 “건축은 무조건 아름답고, 미학적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많았고, 단순히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기능적인 면만 강조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오늘날 건축에 대해 인류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친환경”이라고 말했다.

“‘자연과의 협업’이란 전시회 이름은 인공 건축물과 자연이 경쟁하지 않고 조화롭게 협동하면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씨의 말처럼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인간이 살아갈 공간을 제공하는 친환경 건축물이 머지않은 미래에 늘어나기를 바란다.

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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