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9월 한달 서울은 거대한 건축전시장이 된다
UIA 세계건축대회 특별전시 '퓨쳐하우스 2020' - 스케일

[한겨레] 9월 한달 서울은 거대한 건축전시장이 된다

UIA 세계건축대회 특별전시 '퓨쳐하우스 2020' - 스케일

DATE 2017-09-15

기사원문

자연과 인문역사가 함께해온 고도 서울은 건축가들에게 탐구할 영역이 수두룩하다. 도심을 배경으로 북한산 같은 암봉이 들어선 대도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선왕조의 궁궐과 한양성이 있고, 강남 빌딩군과 옛길, 근대길이 뒤섞인 강북 시가지는 20세기 압축 성장을 증언한다. 수백년 도시사가 켜켜이 쌓인 서울의 정체성을 세계에 발신하는 대형 건축행사들이 9월 한꺼번에 펼쳐진다. 건축가 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2017 국제건축연맹(UIA) 세계건축대회(9월3~10일)와 첫회를 시작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9월2일~11월5일), 서울건축문화제(9월1~24일) 등이다. 건축에 관심이 남다른 박원순 시장이 한국건축단체연합 등 건축가단체와 손잡고 만든 야심작들이다. 시쪽은 9월을 ‘서울 건축문화의 달’로 선포했다. 한달간 서울이 거대한 건축 전시장으로 변하는 셈이다.

■ 건축도시 서울을 ‘발신’하다 1948년 스위스 로잔에서 시작된 세계건축대회는 세계 건축인들이 3년마다 모여 건축의 최신 흐름을 논의하는 가장 큰 잔치다. 올해는 ‘도시의 혼’을 주제로 학술대회와 강연·포럼 등 137개 프로그램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디디피)에서 마련된다. 핵심은 4~6일 기조강연과 포럼, 학술대회. 이화여대 지하 교정 이시시(ECC)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2020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자이자 생태건축가로 유명한 일본의 구마 겐고, ‘서울로 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 등이 찾아와 화두를 풀어놓는다.

세계건축대회 3~10일 코엑스·디디피에서 강연·포럼 페로·구마·마스 등 거장과 만남 시립미술관 ‘자율진화도시’ 전시 전통건축과 도시의 미래상 조명

제1회 서울건축비엔날레 9~11월 돈의동 박물관마을 ‘공유도시’ 집집마다 40여개 팀 출품작 세운상가 2층 공중보도 리모델링 도시재생 엿볼 체험 프로그램

일반인들은 4, 5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중강연과 3일부터 11월1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념전 ‘자율진화도시’를 가볼 만하다. 강연에는 2014 베네치아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건축가 조민석씨와 동대문 디디피 설계에 참여한 파트리크 슈마허가 나온다. ‘자율진화도시’는 한국 건축 전통에 깃든 자율적 진화의 요소들을 조명한다. 도교사상이 깔린 전통건축의 진화 과정과 근대 도시 모델로서의 강남 개발, 세종시·송도 등 새도시의 진화, 한국 자율진화도시의 미래상을 건축가, 미술가들의 작품과 아카이브 사료들로 보여준다. 서울의 11개 코스 건축답사투어(9월2~23일)도 진행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은 누리집(www.uia2017seoul.org)에 있다.

■ 돈의동 골목, 디디피, 세운상가를 주시하라 2014년부터 시가 밑그림을 그려온 1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www.seoulbiennale.org)는 지금 서울 현장에서 전세계 도시들의 동시대 현안들을 시민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소통을 강조했다. 음식점 노포 골목들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서울 돈의동 박물관 마을에서 2일 개막하는 주제전 ‘공유도시’가 대표적이다. 미래 도시들이 직면할 현안들을 물, 공기 등의 9가지 소재로 나눠 국내외 40여 건축가팀이 표현한 출품작들이 집집 전시장마다 들어찼다. 바로 옆 교남동 뉴타운에서 뜯겨나갔던 옛 한옥들 일부도 재현되어 나왔다.

세운상가에서는 애초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 핵심이었지만 방치됐던 2층 공중보도의 기능을 리모델링해 되살렸다. 보도를 활보하며 주변에서 도시재생의 실상을 엿보게 했다. 로봇과 3D 프린터로 작품을 만드는 ‘로봇워크숍’, 뇌파 스트레스가 덜한 길을 찾아보는 ‘뇌파산책’ 등의 프로그램들이 기다린다. 종묘 앞 빈 공터를 세운상가의 2층 보도 데크까지 이어주는 언덕진 광장과 그 아래 전시장 등 상가 특유의 도시재생 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디디피의 ‘도시’전에서는 교통, 주거 공간 등에 대한 세계 각 도시의 대안적 구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도심 텃밭을 일군 독일 베를린의 ‘공주의 정원’, 탄소량 배출을 줄이려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드림’ 프로젝트, 서울시의 ‘공유도시’ 등을 모형과 패널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북한 평양의 초고층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옮겨와 북한 유한층의 삶을 드러낸 ‘평양’전도 호기심 동하는 구경거리다.

세계건축대회 특별전 ‘퓨처하우스 2020’에 나오는 하태석 작가의 미래도시 모형 ‘아이엠 하우스’(IM house)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력으로 구상한 미래주택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세계건축대회 기념전 ‘자율진화도시’ 출품작인 최수희, 정대건 작가의 ‘시티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인구밀도만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도시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며 진화하는 미니멀 도시의 미래상을 담은 작품이다.

■ 옛 석유저장고에서 미래 집을 만나다 박정희 시대 전쟁 대비용으로 만든 마포 석유비축단지는 시가 도시재생 개념을 끌어들여 최근 문화복합단지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2017 서울건축문화제(www.saf.kr)의 특별전으로 ‘퓨처하우스 2020’전(9월2~24일·www.futurehouse.kr)과 ‘도시경관사진전’(9월1~24일)이 열린다. 특히 ‘퓨처하우스…’전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구상한 미래 주택들을 모형, 그래픽 등으로 선보인다. 하태석 건축가가 디자인한 ‘아이엠 하우스’와 유걸 건축가의 공산품 건축 등이 나왔다. 이밖에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열리는 국제건축영화제(9월4~24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의 기획전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현대건축운동 1987~1997’(9월1일~2018년 2월18일), 한국건축가협회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여는 대한민국건축문화제(9월5~9일) 등도 눈길 가는 행사들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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